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저는 UAM이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봄, 잠실 롯데타워를 향해 올림픽대로에서 1시간 반을 꼼짝없이 갇혀 있다가 문득 코엑스 모빌리티 박람회에서 봤던 거대한 UAM 기체 모형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설레는 기술이 현실 앞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왜 우리는 이 기술에 신중하게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그날부터 진지하게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택시,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기존 헬리콥터가 왜 UAM의 대안이 될 수 없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헬리콥터는 시간당 운영 비용이 천만 원에 육박하고, 이착륙 때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과 강한 하향풍은 도심 한복판에서 사용하기에 치명적입니다. 에어택시처럼 자주, 가볍게 띄울 수 있는 탈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 800여 개 기업이 지금 전기 모터 기반의 새로운 기체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eVTOL(전기식 수직 이착륙기)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eVTOL이란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여러 개의 로터를 분산 배치해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항공기를 말합니다. 드론이 사람을 태울 수 있는 크기로 진화했다고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미국의 조비(Joby)와 아처(Archer)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올해 말 혹은 내년까지 항공 안전 인증을 완료한 기체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기체 인증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이항(EHang)은 조종사 없이 원격·자율비행만으로 운항하는 드론 택시를 이미 사업화하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방권이 단계적 안전 검증을 중시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노선입니다.
대한민국은 정부 주도로 이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2020년부터 국토교통부가 K-UAM 로드맵을 수립하고, 민관 협의체인 'UAM 팀 코리아'를 통해 약 200개 기관이 협력하는 체계를 갖췄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제가 코엑스 현장에서 직접 기술진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2026년 현재 한강 노선, 즉 킨텍스~김포공항~여의도 구간을 중심으로 실제 기체와 도심 인프라를 함께 검증하는 그랜드챌린지 2단계 실증 사업이 본격화됐다고 합니다. 김포에서 잠실까지 단 10분. 그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UAM 기체는 보잉 787이나 에어버스 A350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를 사용하지만, 반복적인 이착륙 충격 하중을 견뎌내는 독자 설계 기술이 핵심입니다. 배터리도 전기차 셀을 기반으로 하되, 기체 곳곳에 분산된 6~8개의 패키지를 관리하는 3중·4중 안전 제어 시스템이 탑재됩니다. 한국의 독자 기술 실증 플랫폼인 OPPAV(오파브)는 날개 길이 7m, 무게 900kg급으로 시속 150~170km의 경제속도와 50km 항속 거리를 목표로 설계됐는데, 이 기체는 판매용이 아니라 모터·배터리·제어 소프트웨어 등 국산 핵심 부품의 비행 성능을 검증하는 플랫폼입니다. 2002년부터 시작된 스마트 UAV 개발 프로젝트의 긴 축적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 eVTOL 기체: 전기 모터 분산 배치 방식으로 헬리콥터 대비 소음·비용 구조 개선
- 버티포트(Vertiport): UAM 전용 정류장으로, 도심 지가 문제 해결을 위해 GS칼텍스 주유소 부지 등 기존 인프라 활용 전략 추진 중
- UTM(도심 항공 교통 관리 시스템): 하늘의 차선을 관리하고 기체 간 충돌을 막는 실시간 교통 관제 체계로, 5G 항공 네트워크와 연동 필수
- OPPAV: 국내 핵심 부품 국산화 검증을 위한 기술 실증 플랫폼, 상업 판매 목적 아님
10만 원짜리 하늘길,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집에 돌아와 초기 예상 운임을 찾아보고는 솔직히 씁쓸해졌습니다. 편도 10만 원이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초기에 모범택시보다 조금 비싼 수준에서 시작해 점차 일반 택시 요금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출처: 국토교통부), 그 '초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제 경험상 새 기술이 대중화 가격에 닿기까지는 늘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기서 이동 양극화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 양극화란 교통 인프라의 혜택이 소득 수준에 따라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버티포트 구축과 UTM 운영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됩니다. 공공 자원으로 하늘길을 깔아놓고, 정작 그 길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일부 자산가들뿐이라면 이건 모빌리티 혁신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특권 인프라가 됩니다. 매일 전쟁 같은 올림픽대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건 내 이야기가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면, 그건 분명히 실패한 정책입니다.
물론 기술 가격은 보급이 확산될수록 내려갑니다. 전기차도 초기에는 엄두를 못 낼 금액이었지만 지금은 선택지가 됐습니다. UAM도 기술 최적화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비용이 낮아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환점에 도달하기 전 단계에서, 공공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정책적 안전장치가 처음부터 설계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통약자 배려 조항, 광역 교통망과의 환승 연계 할인, 도심 외곽 노선 우선 검토 같은 장치들이 초기 로드맵 안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수소 연료 전지 기반 UAM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기체 중량이 너무 무거워 탑승객을 태우기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결국 당분간은 배터리 전기 방식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고, 이는 항속 거리 제약이라는 한계와 함께 UAM이 단거리 도심 노선 중심으로 먼저 자리를 잡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그 짧은 거리의 하늘길이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에게 실제로 열려 있을지, 저는 이 지점을 계속 주시하고 싶습니다.
- 초기 운임 10만 원 이상 예상: 일상 교통수단이 아닌 고소득층 이동 수단으로 고착될 위험
- 공공 세금 투입 인프라의 수혜 불균형 문제: 버티포트·UTM·공역 관리는 국민 전체 자원으로 구축
- 필요 정책 장치: 교통약자 배려 조항, 광역 교통망 환승 할인, 외곽 노선 우선 확보
2030년 본격 상용화를 목표로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기술이 실패하길 바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날 차 안에서 머릿속으로 '김포에서 잠실까지 10분'을 상상하며 느꼈던 그 설렘이 진짜가 됐으면 합니다. 다만 그 설렘이 특정 소득 계층만의 감정으로 남지 않도록, 기술 개발과 정책 설계가 함께 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UAM에 관심이 있다면 국토교통부의 K-UAM 로드맵 공개 문서를 한 번 직접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가 세금을 어떻게 쓰기로 했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