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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전기자전거가 그냥 '빠른 자전거'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지인이 출근길 단속 한 번에 15만 원 벌금 고지서를 받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교통 상식 문제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전기자전거는 타는 방식과 기체 스펙에 따라 법적 신분이 완전히 달라지고, 그 신분에 따라 면허·도로·보험까지 모든 조건이 바뀝니다.

내 전기자전거의 법적 신분, 확인하셨습니까
제가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이 이야기는 저한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해외 직구로 전기자전거를 한 대 장만했는데, 손잡이 레버만 당기면 페달을 전혀 밟지 않아도 쌩쌩 잘 나간다며 싱글벙글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저도 그때 '오, 편하겠다' 정도로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레버 장치가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전기자전거는 구동 방식에 따라 법적 분류가 완전히 갈립니다. 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은 페달을 밟는 힘에 맞춰 모터가 보조해 주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페달을 안 밟으면 모터도 작동하지 않는 방식으로, 도로교통법상 일반 자전거와 동일하게 취급되어 면허 없이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스로틀(Throttle) 방식은 다릅니다. 스로틀이란 오토바이의 가속 레버처럼 손으로 당기기만 하면 페달 없이도 모터 단독으로 움직이는 장치를 말합니다. 이 방식의 기체는 법적으로 자전거가 아니라 PM(Personal Mobility), 즉 개인형 이동 장치로 분류됩니다. 개인형 이동 장치란 전동킥보드·전동이륜차처럼 원동기를 달고 있지만 자동차·오토바이로는 분류되지 않는 소형 이동 수단을 통칭합니다. 이 분류에 해당하면 원동기 면허 이상 취득이 의무이고, 무면허 운전 시 범칙금 10만 원이 그 자리에서 부과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제 지인이 딱 이 경우였습니다. 헬멧 미착용 2만 원, 인도 주행 3만 원, 무면허 운전 10만 원. 세 가지가 한꺼번에 묶이면서 15만 원짜리 고지서가 나왔습니다. 경찰관이 기체의 스로틀 장치를 확인하는 순간 이미 끝난 거였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해외 직구 제품 중에는 시속 25km 제한이나 무게 30kg 이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체, 혹은 KC 인증을 받지 않은 기체가 상당수 섞여 있습니다. 이런 기체는 자전거도 PM도 아닌 사실상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로 취급됩니다. 지인의 기체도 나중에 확인해 보니 속도 제한이 해제된 미인증 기체였고, 자칫하면 경찰서 조사실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 PAS 방식: 페달 보조 구동, 법적으로 자전거 → 면허 불필요, 자전거도로 이용 가능
- 스로틀 방식: 레버 단독 구동, 법적으로 PM(개인형 이동 장치) → 원동기 면허 이상 필수
- 미인증·고출력 기체: 시속 25km 초과 또는 30kg 이상 →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 취급, 자전거도로 진입 불가
벌금보다 무서운 것, 보험 공백과 인도 위의 무법
지인의 수난기를 듣고 나서 저는 곧바로 보험 문제를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민 자전거 보험이나 실비보험이면 사고를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입니다.
대부분의 지자체 자전거 보험은 PAS 방식만 보장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고, 스로틀 방식은 보장 제외인 경우가 전체의 90%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스로틀 PM을 타다가 사고가 났을 때 지자체 보험에 기대면 한 푼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특히 배달 라이더처럼 유상 운송 행위, 즉 돈을 받고 물건이나 사람을 운반하는 목적으로 PM을 운행하는 경우에는 일반 PM 보험으로도 보상이 안 됩니다. 이때는 반드시 유상 운송 특약이 포함된 별도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보험 문제만큼이나 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따로 있습니다. 요즘 저녁 시간 주택가 골목을 걷다 보면 전조등도 후미등도 하나 없이 달려오는 전기자전거들을 심심찮게 마주칩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도 어두운 도로에서 라이트 없는 자전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건 상식입니다. 5천 원짜리 라이트 하나면 충분한데, 그 최소한의 장치조차 생략한 채 인도를 25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화가 납니다.
"경찰 없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인도를 도로처럼 쓰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이 부분에서는 관용이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인도에서 사람을 치는 사고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합니다. 12대 중과실이란 도로교통법이 특별히 엄중하게 다루는 중대 교통 법규 위반 사항으로, 이 경우 보험 처리가 되지 않고 피해자와의 형사 합의금을 전액 자기 부담으로 내야 합니다. 단순 범칙금 몇만 원이 수천만 원, 심하면 억 단위의 합의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민식이 법에 의해 가중 처벌까지 더해집니다. 우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학교 앞 인도가 전기자전거의 고속 주행로가 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무관용 단속과 엄중한 법 적용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법을 가볍게 여기는 분들이 그 편의를 계속 누릴 수 있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인도의 안전이 그 어떤 이동 편의보다 우선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지인의 15만 원 벌금 이야기가 단순한 남의 불운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사고는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내 기체가 PAS인지 스로틀 PM인지, 인증은 받았는지, 가입한 보험이 실제로 보장해 주는지, 이 세 가지만 먼저 확인하고 타도 늦지 않습니다. 전기자전거는 분명 좋은 이동 수단입니다. 다만 그 편리함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인도를 걷는 이름 모를 보행자의 안전과 맞바꿔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