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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한 알이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13년 전 고속도로에서 그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약물운전 처벌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이 문제가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게 됐습니다.

처벌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나 —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결혼 전이니 벌써 13년 전 일입니다. 독감으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알약과 시럽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약봉투에는 분명 '졸음을 유발할 수 있으니 운전을 삼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저는 '설마 감기약이 뭘 어쩌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민자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10분도 채 안 돼 눈꺼풀이 천근처럼 무거워졌고, 찰나의 순간 의식이 흐릿해졌다가 흠칫 놀라 눈을 떴을 때 차는 이미 옆 차선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등 줄기로 식은땀이 쏟아지던 그 감각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저는 약물운전을 음주운전과 동급으로 봐왔는데, 법은 이제야 그 수준을 따라잡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4월 1일부터 즉시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은 처벌 수위를 이전보다 눈에 띄게 올렸습니다. 기존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운전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었는데, 이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벌금 상한선이 두 배로 뛴 겁니다.
이번 개정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재범 가중처벌 규정입니다. 약물운전 또는 측정 불응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뒤 10년 이내에 다시 같은 위반을 저지르면, 2년 이상 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하한선이 생겼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전에는 재범이라도 판사 재량에 따라 낮은 형량이 나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최소 2년 이상 징역을 피할 수 없게 된 구조입니다.
처벌 대상 약물의 범위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규정된 대상 약물은 마약, 대마, 향정신성 의약품, 환각물질 등 약 490여 가지에 달합니다. 여기서 향정신성 의약품이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인식, 기분, 의식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우리가 흔히 처방받는 수면제나 항불안제 상당수가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단, 중요한 점은 이 약물들을 복용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처벌받는 게 아니라, 약물의 영향으로 운전 능력이 실질적으로 저하되어 위험을 야기한 경우에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 초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기존 대비 형량·벌금 모두 상향)
- 재범(10년 이내): 2년 이상 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 (하한선 신설)
- 처벌 대상 약물: 마약·대마·향정신성 의약품·환각물질 등 약 490여 가지
- 처벌 요건: 약물 복용 자체가 아닌, 약물로 인해 정상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임이 전제
측정불응과 졸음운전 — 모르면 더 억울해집니다
이번 개정에서 새로 생긴 조항 중 하나가 측정 불응 처벌 규정입니다. 경찰관이 약물운전이 의심된다고 판단하면 현장 관찰, 보행 및 서기 등 신체 능력 평가, 침을 이용한 간이 시약 검사, 혈액·소변 검사 등의 방식으로 약물 측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간이 시약 검사란 채취한 타액(침)을 시약에 반응시켜 특정 약물 성분의 존재 여부를 현장에서 빠르게 확인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 요구에 불응하면 실제로 약물운전을 한 경우와 동일한 처벌을 받습니다. 음주운전에서 음주측정 거부가 오히려 더 무겁게 처벌받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이게 단순히 법 조문의 문제가 아닙니다.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든 감기약 한 알이 고속도로에서 얼마나 빠르게 운전자를 무력화시키는지, 그 속도가 제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항히스타민제란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성분으로, 이 과정에서 중추신경계 억제 작용이 함께 일어나 졸음, 인지력 저하, 반응속도 둔화를 유발합니다. 쉽게 말해 뇌의 각성 상태를 강제로 낮추는 겁니다.
더 심각한 건 졸피뎀 같은 수면 유도제 계열입니다. 졸피뎀 성분이 유발하는 '수면 취기(Sleep Drunkenness)' 현상, 즉 수면제 복용 후 각성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멀쩡하다고 착각하며 운전대를 잡는 현상은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의 만취 운전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인지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어젯밤에 먹은 거니까 다 깼겠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이 수치 하나로 충분히 설명이 됩니다.
또 하나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특정 약물을 복용 후 몇 시간이 지나면 운전해도 된다"는 일률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체중, 간 기능, 다른 약물과의 병용 여부에 따라 약물 대사 속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약사에게 복약 지도를 받을 때 이 부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술을 안 마셨으니까 괜찮다"는 논리로 약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무고하게 도로를 달리고 있는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일방적인 피해를 전가하는 겁니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요.
13년 전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등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했던 생각이 있습니다. '이게 사고로 이어졌다면 내 잘못이 100%였겠구나.' 법이 바뀌었든 안 바뀌었든,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은 그 당연한 책임을 법적으로도 더 명확하게 못 박은 것입니다.
약을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구입할 때, 복약 지도 시 '운전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약봉투의 주의 스티커를 흘려 보지 마시고, 몸 상태를 과대평가하지 마십시오.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게 내 가족과 남의 가족을 함께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