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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에 비보호 좌회전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 혹시 주변에 계신가요? 저는 북한산 가는 길에 그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그것도 한 대가 아니라 두 대가 줄줄이, 태연하게.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비보호 좌회전이 어떤 상황에서 허용되는지 잘못 알고 계신 운전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적신호에 들어간 순간, 그건 이미 신호위반입니다
비보호 좌회전(Unprotected Left Turn)이란, 전용 좌회전 신호 없이 운전자가 직접 맞은편 차량과 보행자 상황을 판단해 좌회전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신호기가 좌회전 타이밍을 정해주지 않으니 운전자 스스로 판단해서 진입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판단의 전제 조건은 단 하나, 반드시 녹색 신호일 때입니다.
그날 북한산으로 향하던 중 삼거리에서 적신호(Red Signal)가 들어왔습니다. 적신호란 교차로 진입 자체를 금지하는 신호로, 어떤 방향으로도 차량이 교차로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당연히 속도를 줄이며 정차했는데, 왼쪽 차선의 차량 두 대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좌회전을 해버리는 겁니다. 비보호 좌회전 표지판이 있으니 언제든 좌회전할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명백한 신호위반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신호위반은 단순 범칙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12대 중과실(Twelve Major Traffic Violations)에 해당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12대 중과실이란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책임이 부과되는 12가지 중대한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말합니다. 신호위반 중 사고는 그 대표적인 항목에 해당합니다. 적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하다 사고를 낸다면, 벌금과 벌점은 물론이고 교통사고 전과까지 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출처: 도로교통공단).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보호 좌회전 표지판만 있는 경우: 녹색 신호일 때, 맞은편 직진 차량과 보행자가 없는 상황에서만 진입 가능
- 신호 겸용(4등 신호기) 구간: 직진 신호 시 맞은편 상황을 확인 후 좌회전 가능, 단 보행자 신호 병행 확인 필수
- 3등 신호기만 있는 구간: 녹색 신호에 차량·보행자 모두 확인 후 서행 진입
어떤 유형이든 공통 전제는 같습니다. 녹색 신호, 그리고 그것뿐입니다.
경적을 울린 건 저한테 신호위반을 하라는 뜻이었을까요
제가 직접 겪어보니, 비보호 좌회전에서 더 황당한 상황은 오히려 규칙을 지킬 때 생깁니다. 한 번은 좌회전 대기 차선에서 직진 신호를 기다리며 맞은편 차량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진 차량이 줄을 이어 오는 바람에 결국 녹색 신호 안에 좌회전을 마치지 못했고, 그대로 적신호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정차했습니다. 그 순간 뒤에서 경적이 울렸습니다.
처음엔 실수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경적이 멈추지 않고 점점 거칠어지는 겁니다. 빨간불인데 어쩌라는 건지, 신호위반을 하고 좌회전하라는 건지 황당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도로만 아니었다면 내려서 직접 설명해드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방어운전(Defensive Driving)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어운전이란 자신의 운전뿐 아니라 타인의 돌발 행동까지 예측하며 사고 가능성을 미리 줄이는 운전 방식을 말합니다. 비보호 좌회전은 구조 자체가 운전자의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방어운전이 특히 중요합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맞은편 차량과 보행자를 충분히 확인한 뒤 진입해야 합니다.
특히 보행자 신호(Pedestrian Signal)와의 연동은 실제로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보행자 신호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에게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신호로, 차량 신호와 동시에 녹색이 켜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좀 다릅니다. 차량 쪽만 보다가 보행자 신호를 놓치면, 교차로 한복판에 어정쩡하게 멈추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반대편 직진 차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교차로 중간에 서 있으면, 그때부터는 어떤 사고로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교차로 사고의 상당수는 신호 오인과 전방 주시 태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출처: 도로교통공단). 비보호 좌회전 구간은 그 위험 요소가 한꺼번에 집중되는 지점입니다.
규칙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있는 반면, 규칙 자체를 모르고 운전하는 분도 분명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도로 위에서의 결과는 같습니다. 비보호 좌회전은 녹색 신호일 때, 맞은편 차량과 보행자를 모두 확인한 뒤, 서행으로 진입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사고 위험은 급격히 올라갑니다. 운전면허 재교육이나 도로교통법 관련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도로교통공단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