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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해 둔 제 차가 스쿨버스에 긁혔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보험사는 "그래도 과실이 10% 발생한다"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만히 세워 둔 차가 사고차가 되고, 거기에 제 과실까지 생긴다는 논리를 어떻게 납득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결국 방법을 찾아 무과실 100:0으로 마무리했는데, 그 과정을 정리해 봤습니다.

주차 라인 없는 구역, 과실 상계는 정말 피할 수 없을까
아파트 단지 안쪽 통행로나 학교 공터처럼 흰 주차 구획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 공간에 차를 세워 뒀다가 사고가 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직접 겪어보니, 보험사는 이런 구역을 '비정식 주차 구역'으로 분류하고 피해자에게 10~20% 수준의 과실을 기계적으로 얹으려 합니다. 여기서 과실 상계(Comparative Negligence)란, 사고의 책임을 양측이 일정 비율로 나눠 배상액을 조정하는 법적 원칙입니다. 가해 차량이 100% 잘못을 했더라도, 피해 차량 역시 '주행을 방해할 수 있는 위치에 세워 뒀다'는 이유로 일부 책임을 떠안기는 구조입니다.
저는 당연히 반박했습니다. "제 차는 움직이지도 않았고, 학교 측 안내에 따라 지정된 자리에 주차했는데, 왜 제 과실이 생깁니까?"라고요. 그런데 보험사 담당자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개념이 바로 신뢰보호의 원칙(Principle of Trust Protection)입니다. 이는 시설 관리 주체의 지시나 안내를 믿고 따른 사람에게, 그 행위의 위법성을 물을 수 없다는 법리입니다. 제 경우처럼 학교 경비원이나 교직원의 안내를 받아 주차했다면, 그 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조각(阻却)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위법성 조각이란 원칙적으로 위법해 보이는 행위라도 특정 사유가 있으면 법적으로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를 입증하려면 CCTV 영상이나 학교 관계자의 확인서 같은 자료가 필요합니다. 제가 겪어보니, 이런 근거 자료를 실제로 다 확보해서 싸우는 것보다, 보험사가 먼저 내미는 협상 카드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해법이었습니다.
이번 사고에서 상대는 일반 손해보험사가 아니라 한국전세버스공제조합이었습니다. 공제조합은 버스, 화물차 같은 대형 특수 차량이 주로 가입한 일종의 자체 보험 공동체로, 일반 보험사와 달리 내부 손해 요율 심의 기준이 있어 피해자 과실을 과도하게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제조합 측이 제시한 카드는 이랬습니다. 수리 기간 동안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과실 비율을 100:0으로 정리하고, 대신 교통비를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대차 청구권이란, 사고로 차량을 수리하는 동안 동급 차량을 빌릴 수 있는 권리를 가해자 측에 청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이 대차를 포기할 경우 동급 렌터카 일당 요율의 약 35%를 교통비 명목으로 일할 계산하여 수령할 수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저는 렌터카가 꼭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고, 택시를 이용하면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이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과실 10%를 그냥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중고차 시장에서 사고 이력이 있는 차량은 감가(減價), 즉 시세 하락이 발생합니다. 그 감가분 역시 가해자 측이 배상해야 하는데, 제 과실 10%가 남아 있으면 배상액에서 그만큼 깎입니다. 또 수리비 중 제 과실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자기 부담금으로 제가 직접 부담해야 합니다. 적은 비율처럼 보여도, 수입차 수리비 기준으로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무과실 처리를 위해 실질적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주차 당시 학교 관리자(경비원, 교직원 등)의 안내 여부와 그 증거 확보 (CCTV, 진술서)
- 공제조합이 제시하는 과실 비율을 바로 수용하지 않고 분쟁심의위원회 접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상 여지 확보
- 대차 청구권 포기 조건의 100:0 합의를 역이용하여 과실 기록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종결
가해자는 사과 없이 보험사 뒤로 숨었고, 저는 여전히 그를 마주칩니다
법적으로 정리가 됐다고 해서 감정까지 깔끔하게 정리되는 건 아닙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겪은 부분이라 솔직하게 쓰겠습니다.
사고를 낸 스쿨버스 기사는 평소 주차장에서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를 나누던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보험 접수가 이뤄진 이후로는 연락이 두절됐고, 사과 한마디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는 상황인데, 못 본 척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물적 피해보다 더 오래 남는 불쾌함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가해자의 직장이나 대기 공간을 찾아가 항의하다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면, 오히려 형법상 업무방해죄나 협박죄로 역고소당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겪어보니, 억울한 상황일수록 모든 의사소통은 공제조합을 통한 서면 채널로만 진행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단순히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주차된 차량을 탑승자 없이 충격한 사고는 도로교통법상 인적 피해 없는 대물 사고로 분류됩니다. 가해자가 사고 후 도주하지 않고 공제조합 접수 번호를 제공했다면, 도로교통법 제156조에 따른 사고조치 의무는 이행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도로교통법 제156조는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취해야 할 조치 의무를 규정한 조항으로, 물적 피해만 발생한 경우 인적사항 제공과 보험 접수로 의무가 충족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감정적으로 얼마나 억울하든, 법적으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해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제 경우 가장 현명한 선택은 공제조합과의 협상에 집중하고, 가해자 개인에 대한 감정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험사나 공제조합은 관행적인 과실 배분 논리를 먼저 들이밀고, 피해자가 잘 모른다는 전제 위에서 협상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관행에 그냥 끌려가지 않고 "분쟁심의위에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협상의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학교 주차장에서 안내를 받아 주차했다가 사고를 당하셨다면, 주차 당시 관리자의 지시가 있었는지부터 기억을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그 한 가지 사실이 무과실을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억울한 상황일수록 감정보다 근거가 먼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보험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