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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에서 서행하다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제 차 앞으로요. 그 순간 뒷골이 찌릿했던 그 감각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민식이 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어린이 보호구역이 정말 "보호"가 되고 있는지 한 번쯤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쿨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에 학교가 여럿 자리 잡고 있어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을 피해 다니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날도 초등학교 옆 2차선 도로를 지나던 중이었습니다. 인도 위에 남자아이 서너 명이 무리 지어 있는 걸 미리 봤기에,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시속 30km 이하로 속도를 줄인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중 한 아이가 차도로 내려와 훅 치고 들어오는 겁니다.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콱 밟아 차를 세웠고,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습니다.
창문을 열고 "그렇게 도로로 튀어나오면 안 돼!" 하고 소리쳤지만, 아이들은 이미 줄행랑을 치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타이밍을 맞춘 것 같진 않았기에 그냥 놀다가 실수한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상황이 단순한 부주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더 이상 그냥 넘기기 어렵더라고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망사고 건수는 줄었지만 아직도 연간 수십 건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출처: 도로교통공단). 사고 자체가 줄었다고 안심하기엔 이른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위험 상황을 만들어내는 형태의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쿨존이란 어린이 보호구역을 의미하며, 도로교통법상 학교 정문 기준 반경 300m 이내 구역을 지칭합니다. 이 구역 내에서는 운전자의 주의 의무가 대폭 강화되고, 민식이 법에 따라 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수위도 일반 도로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민식이 법 '놀이'가 된 현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민식이 법이란 2019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2020년 시행된 법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를 사상에 이르게 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조항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스쿨존 내 운전자에게 훨씬 강한 책임을 묻는 법입니다. 입법 취지 자체는 분명히 옳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일부 아이들이 이 법의 구조를 역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유튜브에서 온갖 영상을 접하는 세대입니다. 민식이 법을 소재로 한 이른바 '민식이 법 놀이' 영상이 공유되면서, 일부 아이들 사이에서 이것이 일종의 영웅담처럼 퍼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직접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고 나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초등 저학년은 물론이고, 유치원생 수준의 아이들에게까지 이런 행동이 전파되고 있더라고요.
구체적인 행동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신호가 바뀌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출발하려는 차 앞으로 고의로 뛰어드는 행위
- 주차된 차량 뒤에 숨었다가 지나가는 차 앞으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행위
- 길을 비켜주는 척하다가 차가 지나갈 때 갑자기 차도로 달려드는 행위
- 운전자를 겁주기 위해 차량 뒤를 바짝 쫓아오는 행위
- 심야 시간대 도로에 누워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행위
이쯤 되면 단순한 부주의나 철없는 장난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고를 유발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들입니다. 제 경험상, 스쿨존을 지날 때 인도 위 아이들이 눈에 띄면 일단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하는 게 기본이 됐습니다. 빌빌 기어가는 수준으로요.
더 골치 아픈 건 법적인 구조입니다. 형사미성년자란 형사 책임 능력이 없다고 법이 간주하는 연령 미만의 자를 말하며, 현행 형법상 만 14세 미만이 이에 해당합니다. 초등학생 대부분이 이 기준에 들어가기 때문에, 설령 고의로 차 앞에 뛰어들었다 해도 형사처벌이 불가능합니다. 범칙금을 부과하더라도 아이가 이를 납부할 능력이 없으니 실질적인 제재가 사실상 없는 구조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아이들을 불러 세워 단단히 교육이라도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랬다간 오히려 운전자가 불리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자니 찜찜하고, 말 그대로 가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황인 거죠.
운전자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문제, 해결책은 어디에
도로교통법 제11조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자의 주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서행하고 전방을 주시해도, 주차 차량 사각지대에 숨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 혹은 차 뒤를 바짝 쫓아오는 아이를 물리적으로 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차를 멈추면 뒤에서 쫓아오던 아이가 부딪힐 수 있고, 그냥 가자니 앞에 뛰어드는 아이가 걱정됩니다. 이건 운전자의 주의 의무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위험한 상황 자체가 설계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반복 학습된 교통안전 행동 습관이 이후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교통연구원). 결국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이 핵심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다음 세 가지입니다.
- 학교 현장에서 민식이 법의 취지와 도로 위 위험성을 구체적인 사례로 반복 교육하는 것
- 부모가 아이의 방과 후 행동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도로 근처에서의 장난이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가르치는 것
- 관련 영상이 아이들 사이에서 영웅담처럼 공유되지 않도록 플랫폼 차원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
운전자가 아무리 조심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이가 다치면 가장 먼저 고통받는 건 그 아이 자신이고, 그 부모이며,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운전자입니다. 민식이 법의 본래 취지는 운전자와 어린이가 서로를 보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을 텐데, 지금처럼 한쪽만 무조건 위축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법의 실효성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쿨존을 지날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발이 자연스럽게 브레이크 위로 올라갑니다. 이건 제가 소심해서가 아니라, 그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운전자 혼자 이 문제를 감당하게 해선 안 됩니다. 부모님들이 먼저 아이에게 도로는 절대 놀이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민식이 법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법으로 제대로 기능하려면, 그 출발점은 결국 가정에서의 교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