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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고 돌아온 주차장에서 내 차에 흠집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한 적 있으십니까. 저는 올해 초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서 정확히 그 상황을 겪었습니다. 아들이 "아빠, 이쪽 문에 자국 났어"라고 말하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무력감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연락처 하나 없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사유지라서 괜찮다? 법 개정으로 완전히 달라진 현실
많은 분들이 백화점이나 마트 지하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 외의 곳(도로 이외의 장소)'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차된 차를 건드리고 도망쳐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도로 외의 곳'이란 아파트 단지 내부나 쇼핑몰 주차장처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더라도 공식적인 도로 구역으로 분류되지 않는 사유지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이 공간에서 물적 피해만 내고 도주한 경우,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이른바 입법 공백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완전히 다릅니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도로 외의 곳에서 발생한 물피도주, 즉 사고 후 미조치 행위도 예외 없이 처벌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사고 후 미조치란 차량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 연락처 등)을 제공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및 제156조에 근거한 이 규정은 마트나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여기서 일반 뺑소니와 주차장 물피도주의 결정적 차이를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은 사람이 탑승한 차량을 충격하고 달아난 경우로, 도로 유무와 무관하게 형사 처벌 대상이며 전과 기록이 남는 중범죄입니다. 반면 주차장 물피도주는 사람 없이 주·정차된 차량만 훼손한 뒤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경우로, 형사 처벌이 아닌 행정·형사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됩니다. 처벌 수위는 다르지만, 어느 쪽도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습니다.
적발 시 처벌 수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승용차 기준 범칙금 12만 원 즉시 부과 (승합차는 13만 원)
- 벌점 15점 즉시 부과
- 범칙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않고 재판으로 넘어갈 경우 2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
- 2026년 현재 기준으로 사고 후 미조치가 명백히 입증될 경우 보험료 할증 불이익 추가 가능
도로교통법 조문과 개정 내용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각지대라는 착각, 이틀 만에 무너진 이유
저는 흠집을 발견하자마자 마트 고객센터로 갔습니다. 담당자의 협조를 받아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제 차 앞뒤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차주분들께 직접 연락을 드려 블랙박스 영상 확보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가해자는 아마 사각지대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앞에 세워져 있던 차량의 주차 이벤트 영상, 즉 주차 중 일정 반경 안에서 움직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녹화되는 기능에 가해자 가족이 제 차 문을 건드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틀 후 경찰의 연락을 받은 가해자는 "흠집이 난 줄 몰랐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영상을 확인한 입장에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물피도주 가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몰랐다'라고 진술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솔직히 이 패턴은 너무 뻔합니다. 안 걸리면 이득이고, 걸리면 모른 척하고 보험 처리로 마무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지요.
2026년 현재 대형마트와 백화점 주차장의 단속 환경은 이 계산이 통하지 않는 구조로 바뀌어 있습니다. AI 기반의 고화질 주차 유도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주변 차량들의 UHD급 4K 블랙박스가 촘촘하게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교통민원 통계에 따르면 주차장 물피도주 신고 건수 대비 검거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신고 접수 후 수 시간 내에 가해 차량 동선이 특정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출처: 경찰청).
제 경험상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는 감정 소모와 시간 낭비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CCTV 확인, 경찰 신고, 블랙박스 영상 수집, 차주 연락까지 반나절 이상이 소요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엄연한 간접적 피해입니다. 남의 재산을 손상시키고 그 수습 부담을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처벌을 피하는 공식은 사실 단 하나입니다. 실수로 옆 차를 건드렸다면, 차주가 자리를 비운 경우라도 연락처를 적은 메모지를 와이퍼에 끼워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작은 행동 하나가 범칙금 12만 원과 벌점 15점을 막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반나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게 해 줍니다.
이 글에서 다룬 법률 정보는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법령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